2026년 8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업계에서는 이 법을 “닥터나우 방지법”이라고 부른다.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이 의약품 도매업까지 겸영하는 사업모델 자체를 막는 내용이다. 그런데 같은 날 정부는 정반대로 보이는 발표를 함께 내놨다.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약 배송을 확대하겠다는 논의에 착수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사업모델은 문을 닫았는데, 그 사업모델이 붙잡고 있던 시장은 오히려 정부 과제로 넘어갔다. 이번 글에서는 이 상반된 두 사건을 예비 코파운더 시점에서 뜯어보고, 벤처 창업 동향에서 규제가 사업 기회를 어떻게 재배치하는지 정리해본다.
1분 요약: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나
비대면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는 진료 중개에 더해 처방약 도매업까지 겸영하며 “진료부터 배송까지” 잇는 사업모델을 운영해왔다. 8월 20일 국회는 이 겸영을 금지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같은 날 보건복지부·중소벤처기업부·국무조정실은 약사단체·비대면진료 중개업체가 참여하는 범부처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로 약 배송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규제는 특정 사업모델의 문을 닫았지만, 그 사업모델이 제기했던 “진료는 비대면인데 왜 약은 대면으로 받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그대로 살아남아 국가 과제가 됐다.
Before — 닥터나우가 서 있던 자리
비대면진료 시장의 오랜 골칫거리는 이른바 ‘약국 뺑뺑이’였다. 처방을 받아도 그 약을 재고로 갖춘 약국을 찾지 못해 환자가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문제다. 닥터나우는 이 문제를 의약품 재고정보와 유통을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풀려 했고, 한시적 허용 기간 동안 약 115만 건의 약 배송을 처리했다. 사업모델의 핵심은 진료 중개와 의약품 유통을 한 회사가 함께 쥐는 것, 즉 물류를 직접 소유하는 방식이었다.
After — 규제 통과와 같은 날 열린 협의체
약사법 개정안은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을 의약품 도매업 결격 사유에 추가했다. 닥터나우 같은 사업자는 더 이상 도매업을 겸영할 수 없다. 반면 정부는 오는 12월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맞춰 우선 섬·벽지 주민, 장기요양수급자, 장애인, 감염병·희귀질환자부터 약 배송을 허용하고, 이후 전체 환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약국별 의약품 재고 정보를 제공하는 주기도 주 단위에서 더 짧게 단축하는 고도화가 함께 논의된다.
| 구분 | 규제 이전 (닥터나우 사업모델) | 규제 이후 (2026-08-20~) |
|---|---|---|
| 사업 주체 |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도매업 겸영 | 플랫폼의 도매업 겸영 금지 |
| 약 배송 대상 | 플랫폼 자체 판단으로 운영(한시 허용) | 섬·벽지·장기요양·장애인 등 우선 허용 후 전체 환자로 확대 논의 |
| 재고정보 제공 | 주 단위, 구매·조제 여부만 | 주기 단축, 구매·조제 수량까지 확대 검토 |
| 안전장치 설계 주체 | 플랫폼 자체 정책 | 범부처 민관협의체(복지부·중기부·국무조정실·약사단체·중개업체) |
표에서 드러나는 시사점은 하나다. 막힌 것은 “물류를 직접 소유하는 사업모델”이고, 열린 것은 “약 배송이라는 시장 자체”라는 점이다. 출처: 벤처스퀘어 2026년 8월 21일자 보도, 와우테일 위클리 인텔리전스 #17(2026-08-23).
Bridge — 사업모델은 막혀도 문제의식은 산다
여기서 예비 코파운더가 챙겨야 할 통찰은 이거다. 규제가 특정 사업모델을 금지해도, 그 사업모델이 처음 제기했던 ‘문제 정의’는 사라지지 않고 다음 사업 기회로 옮겨간다는 점이다. 닥터나우의 도매업 겸영은 막혔지만, 재고 매칭·안전한 조제약 배송·복약지도라는 하위 문제들은 그대로 남아 있고, 오히려 정부가 공식 과제로 흡수하면서 시장 크기 자체는 커졌다. 물류를 직접 소유하려던 플레이어에게는 불리한 소식이지만, 재고정보 연동이나 배송 안전관리처럼 협의체가 필요로 하는 인프라·데이터 영역의 B2B 사업자에게는 오히려 우호적인 국면이 열린 셈이다.
경계조건: 이 ‘유리함’이 뒤집히는 지점
다만 이 낙관은 조건부다. 민관협의체가 지역약국 보호를 우선순위에 두고 배송 범위를 문전약국이나 근거리로 제한하는 쪽으로 기준을 설계하면, 신규 진입자에게는 오히려 진입장벽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결과가 된다. 벤처스퀘어 취재에서도 닥터나우 측이 “안전과 직접 관련 없는 행정적 제한까지 겹겹이 쌓이면 결국 약을 받지 못하는 환자만 늘어난다”고 지적한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이다. 즉 “제도화는 시장 확대”라는 등식은 협의체가 실제로 설계하는 배송 범위·약사 판단권 기준에 따라 정반대로 뒤집힐 수 있다. 이 세부 기준이 확정되는 12월 전까지는 시장이 커졌다고 단정하기보다 ‘커질 수 있는 조건이 열렸다’ 정도로 읽는 편이 안전하다.
사례로 다시 보기: 115만 건의 배송이 남긴 것
닥터나우가 강조하는 지점은 안전성 실적이다. 한시적 허용 기간 약 115만 건의 배송에서 심각한 의료사고가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회사 스스로도 이를 “안전장치가 필요 없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조제·배송의 적절성을 약사가 판단하는 권한, 오남용 우려 의약품에는 대면 복약지도를 유지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업모델은 규제로 막혔지만, 이 운영 데이터는 앞으로 협의체가 안전 기준을 설계할 때 참고 자료로 남는다는 점에서 완전히 사라진 자산은 아니다.
이번 주 함께 본 동향 3가지
같은 주 벤처 창업 동향에서는 딥테크·소재·모빌리티 세 영역에서 굵직한 투자·상장 소식이 이어졌다. 규제 이슈만큼 자본이 어디로 움직이는지도 함께 챙겨볼 값어치가 있다.
| 기업 | 내용 | 비고 |
|---|---|---|
| 케이비엘러먼트 | 비산화 그래핀 소재, 시리즈B 140억원 투자 유치(누적 307억원) | 대기압 플라즈마 공정으로 5단계 공정 단축, 연 21톤 양산 체제 |
| 딥파인 | 산업용 AI 에이전트 플랫폼, 시리즈B 100억원 투자 유치(누적 180억원) | 스마트글래스·비전 AI 결합, 물류·MRO 분야 SaaS 확장 예정 |
| 라이드플럭스 | 레벨4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청구서 제출 | 국내 1호 레벨4 자율주행 상장 도전, 누적 투자 882억원 |
세 회사의 공통점은 규제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산업재·딥테크 영역에서 시리즈B 이후 단계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번 글의 메인 소재인 비대면진료·약 배송처럼 규제 설계가 진행 중인 영역은 자금보다 제도 설계 참여가 우선순위인 국면이라는 대비가 읽힌다. 출처: 와우테일 위클리 인텔리전스 #17(2026-08-23), 벤처스퀘어(2026-08-18~20).
예비 코파운더로서 다시 그린 지도
솔직히 이 사안을 처음 읽었을 때는 “규제로 막혔다”는 헤드라인에만 눈이 갔다. 그런데 기사를 다시 읽으면서 든 생각은, 예비 코파운더가 봐야 할 것은 금지된 사업모델이 아니라 그 사업모델이 남긴 ‘문제 정의’라는 점이었다. 이건 창업 아이디어를 피벗(pivot, 기존 사업 방향을 다른 모델로 전환하는 것)할 때도 똑같이 적용되는 원리라서, 야간 대학원 수업에서 배운 사업모델 캔버스 이야기와 이번 사례가 머릿속에서 겹쳐졌다. 다만 나는 법이 아니라 배터리 설비를 만지는 사람이라 규제 설계의 디테일까지 판단할 능력은 없다는 한계도 같이 인정해야겠다. 이 글은 “시장이 열렸다”는 결론이 아니라 “열릴 조건이 생겼다”는 관찰 정도로만 남겨둔다.
반론 한 줄, 그리고 요약
이 모든 분석은 12월로 예정된 비대면진료 제도화와 민관협의체 결론이 실제로 시장 친화적으로 설계된다는 전제에 기대고 있으며, 전북약사회처럼 협의체 참여 자체를 거부하는 지역 단체가 있다는 점에서 결론이 지연되거나 축소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 항목 | 핵심 내용 |
|---|---|
| 사건 | 약사법 개정(닥터나우 방지법) 국회 통과, 같은 날 정부 약 배송 확대 논의 착수 |
| 막힌 것 |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겸영 |
| 열린 것 |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 대상 약 배송 확대 논의(범부처 민관협의체) |
| 경계조건 | 배송 범위·약사 판단권 기준 설계에 따라 진입장벽으로 뒤집힐 수 있음 |
| 동향 뉴스 | 케이비엘러먼트(소재) 140억, 딥파인(산업 AI) 100억, 라이드플럭스(자율주행) 코스닥 예심청구 |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하기로 했나
이번 주부터 비대면진료·약 배송 민관협의체 관련 보도를 개인 아카이브에 따로 모아두기로 했다. 규제로 막힌 사업모델 뒤에 남는 ‘문제 정의’를 추적하는 습관이 예비 코파운더에게는 결국 다음 아이디어의 재료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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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벤처 창업 동향, 닥터나우 방지법, 비대면진료 약 배송, 약사법 개정, 스타트업 규제, 민관협의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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